물꽃 아래 / 김수우
일 톤 트럭에 실려 온 도다리 이십 킬로, 저울에 올라갔다가
수족관에 쏟아졌다 퍼덕였다 미끄러졌다 첨벙거렸다
풍덩, 흘러넘치는 물꽃
하얗게 물꽃이 진다
꽃대가 우무럭거린다 꽃눈이 끔벅거린다 잎새가 시무룩하다
잊을 수 있는 허무도 잊을 수 없는 문장도
먼 나라 눈송이처럼 아스라하다
먹먹하다 링거 줄에 걸린 환각도
카드 빚에 담긴 내일도 이교도 같은 분노도 잠잠하다 희미하다
막막하다 최면에 드는 등비늘, 거품이 사그라든다
물꽃 아래 까마득
길이 가라앉는다
민날 세운 기도가 아무리 팽팽해도
저 도다리들, 바다로 돌아갈 수 없다 결단코
주머니 속 자본주의처럼
- 김수우 시집 <뿌리주의자>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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