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동 시월 / 이정록

작성자섬초롱|작성시간26.06.08|조회수395 목록 댓글 0

색동 시월 / 이정록

미용실에 들렀는데 목수 여편네가 염장을 지르데.

자기 신랑은 거시기가 없는 줄 알았다고.

종일 먹줄 퉁기다 오줌 누곤 했으니 거시기까지 몽땅 새카매서

처음 봤을 때 자기도 모르게 거시길 뒤적거렸다고.

그랬더니 시커먼 숲에서 쇠망치가 튀어나와 지금까지 기절시키고 있다고.

지는 처음부터 까본 년이라고, 그게 이십년 넘게 쉰내 풍기는 과부한테 할 소리여.

머리 말던 정육점 마누라가 자기는 첫날 더 놀랐다고

호들갑 떨더라고. 거시기에 피딱지가 잔뜩 엉겨붙어 있더라나.

어데서 처녀를 보고 와서는 자기를 덤으로 겸상시키는 줄 알았대.

하루 종일 소 돼지 잡느라 피 묻은 속옷도 갈아입지 못했다고

곰처럼 웃더라나. 자기는 아직도 거시기에 피 칠갑을 하는 처녀라며

찡긋대더라고. 그게 없는 년한테 씨부렁댈 소리냐고.

근데 동생은 밤늦게까지 백묵 잡을 테니까 거시기도 하얗겠다.

단골집 주인은 백태 무성한 서글픔을 내 술잔에 들이붓는 것이었다.

모르는 소리 마요. 분필이 흰색만 있는 게 아니에요.

노랑도 있고 파랑도 있고 빨강도 있어요.

그려, 몰랐네. 색시는 좋겠다. 색동자지하고 놀아서.

술잔이 두둥실 떠오르는 색동 시월, 마지막 밤이었다.

- 이정록 시집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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