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벽에 걸린 것들 / 김남극 ​

작성자섬초롱|작성시간26.06.09|조회수572 목록 댓글 0

외벽에 걸린 것들 / 김남극

자꾸 늘어지는 내 생활에 진정성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처마 밑에 목이 걸린 괭이를 쳐다본다

목을 매고 있으니 내 생활처럼 처연한데

나는 그 옆에 걸린 삽괭이와

또 그 옆에 걸린 거릇대를 경건하게 쳐다보다가

그 오래된 것들로 내 마음을 뒤적거린다

녹슨 쇠스랑으로 찍어 파낼 무슨 진정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자꾸 늘어지는 뱃살과 두꺼워지는 발바닥과

쭈글거리는 손등을 자주 들여다보면서

농경 사회를 소문으로 만들어버린 세상의 빠르기와

더 빨라지는 가속도와

그 속도의 등에 올라탄 지구를 생각한다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 지구에 가득할 것이다

- 김남극 시집 <너무 멀리 왔다>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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