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엽수림 영화관 / 문성해
그 건물의 옥상에는
뿌리를 비좁은 화분 속에 쑤셔 박은 나무들이
오늘도 시퍼렇게 자라고 있다
그 옥상 바로 밑에 있는 오래된 상영관에 간 적이 있다
그때 화면 위로 심하게 뿌리던 비는
실은, 옥상에 있던 나무들 뿌리지 않았을까
뿌리들은 시멘트를 뚫고 내려와
영화 속 우주선이나 항공모함을 타고
이 시간에도 유유히
세계를 누비고 있지나 않을까
그래서일까
그 건물의 옥상에는
사철 시퍼런 이파리들이 지겹지도 않은 듯 팔 벌리고 서 있다
뿌리들은 어느 새
영화를 보고 나오는 사람들 흰자위에도 가늘게 뻗어 있다
그들은 언제부턴가 눈에서 눈으로
푸른 상영관을 하나씩 늘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 건물의 옥상에는
뒤엉킨 영화필림 같은 활엽수림이 있다
바람이 불 때면
어둠을 횡단한 뿌리들 모험담들로
무수한 이파리들이 술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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