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의 꿈 - 문태준
꿈에 꿈이 들면 꽃꿈이나 들 일이지
오늘 꿈에는 벌레들이 잔뜩 들었다
내 형편이 반 썩은 복숭아 한알처럼 되어서
몸속으로 자꾸 벌레들이 꼬물꼬물 들어섰다.
손가락으로 집어 떼어내다 떼어내다
그만 바닥에 엎드려 울고 말았다
무슨 일인가,
무슨 일인가,
말을 잃고 입만 벌어져
소리없이 울고 울고만 있었다
이 꿈을 들고 울며 가면
댓잎 줄기로 꿈속의 꿈을 씻겨주던,
열댓살의 나를 한번 그렇게 살려낸
할매, 그 무섭던 할매도
두어 계절 전 눈보라를 따라가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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