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에 헹구지 않으면 / 백무산

작성자솔바람|작성시간26.06.09|조회수1,395 목록 댓글 0

고요에 헹구지 않으면 / 백무산

 

이른 아침 난에없이 꽃밭에 꽃이 흐드러진 건

내 탓이다.

식전부터 앞뒤 다니며 쿵쿵거렸고

내 불면을 화풀이하느라 툴툴 바람을 울렸고

제 빛깔 다 머금기 전에

파르르 놀라 드러낸 건 꽃이 아니라 공포였다.

 

씨앗은 자신을 떠나 고요를 통과해야

자신을 불러낼 수 있기에,

 

누구나 깊은 잠을 자야 하는 이유는

몸을 떠난 고요을 불러들일 수 있기에,

잠은 하루치 노동을 지우고 고요를 불러들일 수 있기에,

 

해가 뜨면 내일이 되는 것이 아니라

육즙 빠져 쭈그렁바가지가 된 시간이

고요에 무르익어야 내일이 뜨기에,

 

시간을 고용에 헹구지 않으면 오늘을 반복할 뿐

내일의 다른 시간이 뜨지 않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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