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아내 / 복효근

작성자섬초롱|작성시간26.06.10|조회수286 목록 댓글 0

아줌마, 아내 / 복효근

나 혼자 심심할 것 같다고

병실 바닥에 신문지를 펼쳐놓고

한 봉다리 마늘을 가지고 와선

TV 보며 마늘을 까는 여자,

배울 만큼 배웠다는 여자가

선생까지 한다는 여자가

미간을 찌뿌리고 나가는 간호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뭐, 어때 하면서 마늘을 깐다

산중에 곰이 제 배설물 냄새로 제 영역을 표시하듯이

그 역한 마늘 냄새는

내 환부에 새겨 넣는 영역 표시 같아서

저 곰 같은 여자의 냄새는

그 어떤 약보다

그 무슨 항생제보다

독하고 또 용할 것도 같아서

제 곁에 내 곁에 백 년 동안은

아무도, 암껏도 얼씬도 못할 것만 같았다

- 복효근 시집 <마늘촛불>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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