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 성재봉

작성자섬초롱|작성시간26.06.10|조회수315 목록 댓글 0

사과 / 성재봉

 

노을이 유난히 붉게 떨어지던 그날

마을 어귀에 사과 난전이 펼쳐졌다

몸빼 차림의 순영이 엄마

새끼 소를 높은 값에 팔고 돌아오는 종관이 아버지

면사무소에서 먹물 더미를 한 바가지 싣고 온 마을 이장님

모두 노을빛 사과를 한 아름 안고 집으로 향했다

집집마다 빨간 향의 아삭한 말들로 새콤달콤한 과즙이 톡톡 터져 나왔다

이장댁 밭일을 마치고 바쁜 걸음으로 도착한 그녀

꼬깃한 지폐를 만지작거리며 사과가 맛없어 보인다고 잔가시 가득한 손으로

시쿰한 된장국을 차려내었다

누군가 깎아놓은 사과껍질 마냥 길고 길었던 그 밤을 잊지 못한다

새콤달콤 터진 과즙이 그녀의 눈물과 섞여 비로 쏟아졌다

다음 날

비에 젖은 꽃잎이 아침 햇살을 품은 채 견디고 있는 것을 보고 말았다

- 성재봉 시집 <닭발>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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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재봉 시인은 늦깎이 시인이다.

공직 생활에 대학원 박사 공부에 몰려 시의 출발이 좀

늦었다. 그러나 늦은들 어떠랴. 성재봉 시인의 시는

견실하고 두껍고 신뢰롭다. 인간적으로도 든든한 그의

인품을 많이 닮았다. 그러므로 늦게 출발한 그의 시업은

충분히 보상받았고 결코 부족함이 없다.

다시 한번 모든 시, 모든 문장은 인간이고 그 자신의

인생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더불어 모든 시는 자서전의

일부라는 생각을 또 하게된다. 성재봉의 시는 적당한

난이도로 숨겨놓은 보물찾기의 보물들 같다.

조금만 주의깊게 애정을 가지며 읽는다면 누구나 그의

시에서 그의 인생과 그의 사랑과 그의 소망을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으리라.

인생 파노라마 같은 그의 시. 최근에 읽은 그 어떠한

신인의 시보다도 성재봉의 시는 정직하고 견실하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이 선량하기 그지없는 시인의

성공을 보는 것이 나의 생애 남은 꿈이기도 한 까닭이

거기에 있다.

/ 나태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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