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 박진성

작성자솔바람|작성시간26.06.10|조회수420 목록 댓글 0

빈집 - 박진성

 

 

당신은 내게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의 음악 파일을
보내왔다 나는 비상구를찾고 있었고 아득한 계단의 끄트머리쯤
당신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벼랑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측백나
무 한 그루가 늦겨울의 햇살을 찌르고 있었고 낡은 모니터가 나뭇
가지에 걸려 있었다 메일이 세 통 와 있었고 꿈결인 듯잠결인 듯
당신의 머릿결이 만져졌다 나의 신경은 날카로워져서 마우스의 화
살처럼 뾰족한 측백나무 이파리를 자꾸만 떼어냈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부팅이 되지 않았다 죽은 歌手들이 살던 당신의 집은 검
은 비닐봉지 같은 모니터에 잠기고,계단의 밑바닥으로떨어지고
당신의 집에 더 이상 갈 수 없었다

 

황사 무렵, 반지하 방 낮은 창으로 모래가 쓸려와 마우스가 서걱
거렸다 까끌까끌한 손으로 당신의 집을 찾아갔을 때 당신이 쓴 詩
라든가 음악 파일 몇 개가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었다 죽은 가수는
계속 노래하고 있었고 브루클린으로 간 당신을 생각하자 나는 윈
도우 종료음처럼 쓸쓸해졌다 암호 같은 사랑, 내가 0이었을 때당
신은 1이었을 뿐 그랬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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