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순 - 하기정

작성자파랑새|작성시간26.06.11|조회수360 목록 댓글 0

바순 - 하기정

 

 

 

그는 슬픔에 관한 한

긴 목을 지녔다

바람의 구멍을 열면

두 개의 목이

서로의 목구멍에 대고

울음을 불어 넣었다

 

달빛을 가르는 여름 나무의

녹청색 그림자들

놋쇠 바닥에 달라붙은

저녁의 검은 그을음

 

울음통의 깊은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눈물과 같은 비소와

눈웃음을 그은 선과 같이

 

침묵이 그를 긴 관에 눕혔다

관통하는 게 울음인지 노래인지

한통속으로 통했다

 

빛나는 관록과도 같이

젊고 마디 굵은

청춘의 목울대에 빨대를 꽂고

 

숨을 불어 넣자

길고 긴 울음을

연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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