菊花池* / 고경숙

작성자잇꽃|작성시간26.06.11|조회수208 목록 댓글 0

菊花池* / 고경숙

화선지에 살짝 낚싯대를 드리워
농담(濃淡)을 조절해 보세요
저녁이 느리게 번져와요
바람이 대숲을 건드려 붓질을 하면
한 송이 국화로 피는 수상좌대
목뼈가 저리도록
물속에 코를 빠뜨리고 있는 저 남자

먹물방울로 맺힙니다
고개 돌려 숱 한 잔 건넬
벗 하나 없는 저녁,
고인 저수지의 울음은 슬픈 여자를 닮았어요
국화꽃잎 하나씩 떼어내 물에 떨궈요
갈기갈기 부숴지는 물을 보세요
물고기로 化한 꽃잎의 기억들이 요동치네요
조사釣師들은 원래 곁눈질을 안 하지만
저 남자, 월척은 그른 것 같네요
어둠이 저수지에 덧칠을 하면
어쩔 수 없이 그녀와 동침하는 꽃방엔
국화향 가득 물안개로 피어오르는걸요.

*국화지 : 강화도 강화읍 국화리에 있는 저수지

- 반년간 『시산맥』2009년 창간(상반기)호

▶ 고경숙(1961~ )
서울에서 출생. 2001년 《시현실》로 등단.
시집으로 『모텔 캘리포니아』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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