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속에 달이 기울 대 / 고영

작성자잇꽃|작성시간26.06.11|조회수218 목록 댓글 0

달 속에 달이 기울 대 / 고영

꿈, 창, 그리고 당신
문득 그리워져서, 모든 게 속절없이 그리워져서
왜 간혹 그럴 때가 있잖아요?
미친 바람 앞에서,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상황에서도
별안간 누군가의 안녕이 몹시 염려되는 거
그걸 사랑이라고 하면 당신,
그 마음 보여줄래요?

창문 속에서만 존재하는 당신
유리성에 사는 당신
잔이나 비울까요, 그래야 술병 속에서나마 함께 할 수 있잖아요,
큭큭
큭큭거리며 웃는 당신, 당신의 붉은 혓바닥
혓바닥에도 마음이 있다고
그 마음이 또 마음과 마음을 낳아서
지금 우리가 아픈 거라고 ...

그래도 당신
하현달처럼 저물어가는, 그래도 당신
얼마나 더 나를 비워야 당신을 채울 수 있을까요?
큭큭거리며
술잔을 비워도 차오른 거, 이 몹쓸 집착!
이 몹쓸 사랑, 사람아 -

내 차디찬 기억에 젖어 있는 당신을
검불 같은 흐느낌이라고 하면
당신이 너무 가여워소
새벽안개 피어오르는 술잔과 마주앉아 그래도 당신,
술잔 속에 마음을 빠뜨리며 또 당신
큭큭거리며
술잔이 술잔을 낳다가 큭큭!

- 계간 『시작』2008년 겨울호

▶ 고영(1966~ )
경기도 안양 출생. 2003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으로 『산복도로에 쪽배가 떴다』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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