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코드 속 밀림 / 황유원
1
예술은 두 종류,
차가워지거나 뜨거워지거나
목이 쉬면 빛이 바래는 가사가 있고
휘발된 노래 밑바닥에 반정부군처럼 살아남아
지구 반대편 지원군을 불러모으는 가사가 있지
그러거나 말거나 변함없는 사실은
마음을 다하면
판은 돌아가는 거
2
봄밤, 짐승들이 합창하는
레코드 속 밀림의 고요
식지 않은 피를 싣고서 최대한 무리하지 않게
어슬렁거리는 무리들
이것이 바로 열대우림에서 맞는 봄밤
따뜻한 비를 맞는 호랑이들의 피부에 핀 착한 꽃들이 질 때
그들을 달래며 저어보는 부드러운 밀림서
호랑이는 두 종류,
찢어지거나 불타오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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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원 시인
서강대학교 종교학과, 철학과 졸업
동국대학교 대학원 인도철학과 박사과정
김수영문학상 수상
시집
『세상의 모든 최대화』
『이 왕관이 나는 마음에 드네』
『초자연적 3D 프린팅』
LP판이 돌아가는 걸 보면서 기발한 상상력을 동원한
작품이다. 블랙홀처럼 돌고 도는 LP판을 지켜보면서
"마음을 다하면 판은 돌아간다"는 구절을 만들어낸
시인의 감각이 놀랍다. 노래는 늘 우리에게 어떤 감흥을
가져다 준다. 아주 뜨겁거나, 아니면 차갑거나.
레코드판 위에서는 늘 기쁨과 슬픔, 환희와 분노가
교차했다. 레코드판이 돌아가는 걸 보며 때로는 행복했고,
때로는 허무했다. 때로는 잡음마저도 음악처럼 들리던
날들이 있었다. 레코드판 위를 어슬렁거렸던 그 감정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어디서 울거나 웃고 있을까.
갑자기 LP판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 싶은
그런 날이다.
/ 허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