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 고진하 ​

작성자강건너그집|작성시간26.06.12|조회수243 목록 댓글 0

허수아비 / 고진하

위대한 조물주인

인간은

자기의 형상을 따라

짚으로 허수아비를 만들어

새 떼를 쫓게 했으나

조물주의 실수로

자유의지를 갖게 된

허수아비는

바람을 다스리다

마침내

새가 되어 어디론가 날아가고

허수아비 섰던 자리에는

그의 형상을 따라

플라스틱으로 빚어진

눈 · 코 · 귀 · 입도 없는 인간이

두 팔을 휘저어

펄펄 종이새만 날리고 있다

- 고진하 시집 <지금 남은 자들의 골짜기엔>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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