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 / 조창환

작성자섬초롱|작성시간26.06.12|조회수278 목록 댓글 0

얼룩 / 조창환

아프게 지나간 것들이 남긴 흔적에는

기묘한 얼룩이 남아 있다

어둔 골목에서 교회당 첨탑을 향해

힘껏 쏘아올린 오줌줄기 가라앉은 후

남겨진 풍경에 묻어 있는 기억

기억은 큰 벌레처럼 꿈틀거린다

아니다, 큰 구렁이처럼 또아리 틀고 있다

흐린 시간이 컵라면 국물 같은 자국을 남기고

우물 속으로, 우물 속 같은 얼룩 속으로

흔들린다, 가라앉으면서 흔들린다

한때 불붙은 종다리였던 목소리

한때 천 개의 꽃잎이던 발자국

한때 하프 소리 울리던 젖무덤

그러나 지금

풍경은 마른 피 얼룩진 상처로 남아 있다

부러진 뿔, 깨어진 달빛, 기우뚱한 번개

물큰한 코피 자국

안 슬퍼도 나오는 눈물 같은 얼룩

노끈 없이 맴도는 염소 같은 얼룩

그 얼룩

마음 안의 발톱자국이어서 지울 길 없다

- 조창환 시집 <벚나무 아래, 키스자국>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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