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 / 조창환
아프게 지나간 것들이 남긴 흔적에는
기묘한 얼룩이 남아 있다
어둔 골목에서 교회당 첨탑을 향해
힘껏 쏘아올린 오줌줄기 가라앉은 후
남겨진 풍경에 묻어 있는 기억
기억은 큰 벌레처럼 꿈틀거린다
아니다, 큰 구렁이처럼 또아리 틀고 있다
흐린 시간이 컵라면 국물 같은 자국을 남기고
우물 속으로, 우물 속 같은 얼룩 속으로
흔들린다, 가라앉으면서 흔들린다
한때 불붙은 종다리였던 목소리
한때 천 개의 꽃잎이던 발자국
한때 하프 소리 울리던 젖무덤
그러나 지금
풍경은 마른 피 얼룩진 상처로 남아 있다
부러진 뿔, 깨어진 달빛, 기우뚱한 번개
물큰한 코피 자국
안 슬퍼도 나오는 눈물 같은 얼룩
노끈 없이 맴도는 염소 같은 얼룩
그 얼룩
마음 안의 발톱자국이어서 지울 길 없다
- 조창환 시집 <벚나무 아래, 키스자국>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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