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可居島 / 박제영

작성자강건너그집|작성시간26.06.13|조회수751 목록 댓글 0

가거도可居島 / 박제영

흑산도 너머 서남쪽 먼 바다에

검은 가마솥 하나 섬처럼 떠 있지

바다와 바람과 바위가

더불어 한솥밥이 되어주고

짐승과 나무와 사람이

더불어 한솥밥을 먹여주고

마침내 모두 한솥이 되어버린

살아서도 죽어서도

가히 살 만한 섬이 있지

가거도에 가거든

후박나무를 보지 말고

섬과 바다를 보지 말고

모진 겨울에도 절절 끓고 있는

우리가 오래 전에 잃어버린

가마솥을 보고 오시게

수평선 너머 가마득히

멀어도 아주 먼 바다에

커다란 가마솥이 절절 끓고 있지

- 박제영 시집 <식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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