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 - 이원규
남들이 출근할 때
섬진강 천둥오리떼와 더불어 물수제비를 날린다
남들이 머리 싸매고 일할 때
낮잠을 자다 지겨우면 선유동계곡에 들어가 탁족을 한다
미안하지만 남들이 바삐 출장갈 때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 일주를 하고
정말이지 미안하지만 남들이 야근할 때
평상 모기장 속에서 촛불을 켜놓고 작설차를 마시고
남들이 일중독에 빠져 있을 때
나는 일없어 심심한 시를 쓴다
가끔 굶거나 조금 외로워하는 것일 뿐
사실은 하나도 미안하지 않지만
내게 일이 있다면 그것은 노는 것이다
일하는 것이 곧 죄일 때 그저 노는 것이 얼마나 정당한가
스스로 위로하며 치하하며
섬진강 산 그림자위로
다시 물수제비를 날린다
이미 젖은 돌은 더 이상 젖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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