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 - 이원규

작성자솔바람|작성시간26.06.13|조회수1,146 목록 댓글 0

독거 - 이원규

 

 

남들이 출근할 때

섬진강 천둥오리떼와 더불어 물수제비를 날린다

남들이 머리 싸매고 일할 때

낮잠을 자다 지겨우면 선유동계곡에 들어가 탁족을 한다

미안하지만 남들이 바삐 출장갈 때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 일주를 하고

정말이지 미안하지만 남들이 야근할 때

평상 모기장 속에서 촛불을 켜놓고 작설차를 마시고

남들이 일중독에 빠져 있을 때

나는 일없어 심심한 시를 쓴다

가끔 굶거나 조금 외로워하는 것일 뿐

사실은 하나도 미안하지 않지만

내게 일이 있다면 그것은 노는 것이다

일하는 것이 곧 죄일 때 그저 노는 것이 얼마나 정당한가

스스로 위로하며 치하하며

섬진강 산 그림자위로

다시 물수제비를 날린다

이미 젖은 돌은 더 이상 젖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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