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게 - 김경주

작성자솔바람|작성시간26.06.13|조회수1,160 목록 댓글 0

나무에게 - 김경주

 

 

매미는 우표였다

번지 없는 굴참나무나 은사시나무의 귀퉁이에

붙어살던 한 장 한 장의 우표였다 그가

여름 내내 보내던 울음의 소인을

저 나무들은 다 받아 보았을까

네가 그늘로 한 시절을 섬기는 동안

여름은 가고 뚝뚝 떨어져 나갔을 때에야

매미는 곁에 잠시 살다간 더운

바람쯤으로 기억될 것이지만

그가 울고 간 세월이 알알이

숲 속에 적혀 있는 한 우리는 또

무엇을 견디며 살아야 하는 것이냐

모든 우표는 봉투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 사연이다

허나 나무여 여름을 다 발송해 버린

그 숲에서 너는 구겨진 한 통의 편지로

얼마나 오래 땅 속에 잠겨 있어 보았느냐

개미떼 올라오는 사연들만 돌보지 말고

그토록 너를 뜨겁게 흔들리게 했던 자리를

한번 돌아보아라 칼칼칼 지금쯤 네 몸에서

강이 되어 풀리고 있을

저 울음의 마디들을 너도 한번

뿌리까지 잡아 당겨 보아야 하지 않겠느냐

굳어지기 전까지 울음은 떨어지지 않는 법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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