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여관 - 손순미

작성자솔바람|작성시간26.06.13|조회수1,195 목록 댓글 0

청춘여관 - 손순미

 

 

열 일곱의 머릿결 같은

비의 떨림을 들으며

나는 여관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집에 누웠다

어두운 편지 한 통을 던져두고 내가 도망쳐온

세상에서 가장 먼 집은 여관이었다

어머니를 뒤지고 아버지를 뒤지고 아무리 뒤져도 집은 빈털털이

비는 박음질하듯 신작로를 뛰어가고 있었다

기차와 비둘기와 그림자와 알 수 없는 중얼거림 속에

나는 아무 곳에나 운반되어졌다

내가 제대로 도착할 곳이 없었다

위험한 평화는 계속되었다

세상 바깥을 걷는 듯

독한 방황을 가방 메고

내가 도착한 한 사나흘 여관의 시절

나를 말없이 꼬옥 덮어주던 여관이라는 따뜻한 이불

내 청춘의 바슐라르가 은신하고 있는

시멘트 바닥을 가슴 치는 비의 현이 골목을 돌아나가고

연보라 등꽃의 여관이 비에 젖는다

저 여관이 외로울 때는 누가 안아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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