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이라는 무늬 / 김선아
검정색 일색의 몸이었으면 어땠을까.
얼룩무늬는 전력질주용 의상이야.
얼룩말이 새끼를 엄히 다그친다.
얼룩무늬 옷자락이 돌부리에 걸려도 무가내로 역주행
하는 세렝게티에서
화려한 오방색 태생이었으면 어땠을가.
사자의 턱뼈는 번개처럼 파고들고, 귓속은 쇳소리로
먹먹해지고
흰 줄 피륙 검은 줄 피륙 따로 다 뜯겨나가
외톨이가 된 귓바퀴.
하이에나의 이빨에도 견딘 그 귓바퀴를 두루 무난한
은사로 꿰매주면
위로일까, 욕일까
별빛이 뜨겁게 번민하는 대초원에서
사막 그 너머의 안부가 궁금하여 절명의 순간에는 귀
더욱 총명해지는 것처럼
귓바퀴의 얼룩무늬 더욱 싱싱해지고,
흰 줄은 더 희어지고, 검은 줄은 더 검어진다지 않던가.
무덤덤한 흰색의 일생이었으면 어땠을까.
- 김선아 시집 <얼룩이라는 무늬>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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