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필名筆 / 김선아
필생의 전시회 준비를 끝내고 막 서실을 나서던
겨울밤이었다.
- 군고구마 사시오 -
군고구마장수 리어카에 큼지막하게 붙어 있던 삐뚤빼뚤한
글씨체 앞에서 걸음을 뗄 수 없었다.
자신의 글씨가 오늘따라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느 서예가가 문짝도 없는 달동네로 잠적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삐뚤빼뚤한 그 글씨체 하나만을 죽자사자 연습하는
중이라는 것이었다.
- 김선아 시집 <얼룩이라는 무늬>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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