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 힐 / 김선아
아뿔사,
이 말은 아무리 치받아도 마냥 간지럽기만 한
애기염생이뿔 같이 작은 뿔을
아뿔싸,
이 말은 똑똑 소리와 동의어. 스님 지팡이처럼 미물들
위험하니 피하라는, 신호 용도의 녹슨 뿔이라도
갖기를 바란 간청이다.
다만 뛰어도 날아도 시원찮은 세상에서
콧대 대신
쇠뿔로 성형한 발뒤꿈치,
꽃잎 하나 밟고는
서울역 날바닥의, 사냥법에 서툰 사람의, 종이 제단을
짓밟은 것처럼 주춤주춤하는
아뿔싸,
이 말은 생계의 비탈길에서, 오르막은 가뿐하나 첫새벽
내리막길에서는 초죽음인 킬 힐의 삼엄한 게임이다.
- 김선아 시집 <얼룩이라는 무늬>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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