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 이영광

작성자섬초롱|작성시간26.06.14|조회수432 목록 댓글 0

중 / 이영광

쉰일곱 내가 아직 인간이 못 되니

어머닌 여태 나를 낳는 중

내가 인간이라는 것이 될 철이

모자라서,

임신 중

어머닌 오래전에 할머니가 되었는데

진통 중

나도 노력 중

미니스톱 앞에서 소주 마시며 열심열심

애쓰는 중

파라솔과 함께

슈퍼문과 함께

스마트폰과 함께 계속,

어머니 배 속에서 노력 중

인간이라는 걸로 태어나려고

사실은 태어나지 않으려고

버둥거리는 중

어머니도 나도

인간이라는 게 뭔지

사실은 모르는 중

모르는 중

잘 낳고 계세요?

잘 태어나는 중이냐?

말로만 통화 중

입덧 같은 한국말이

끝나던 중

미니스톱 일인승 캡슐에서

요양병원 일인승 캡슐로,

끝나지 않는 중

어머니가 애쓰는 동안에는

나도 애써야 하는 중

통화는 먼 훗날로 먼 곳으로

이어지는 중

나도, 어딘가로 자꾸

태어나려는 당신

임신 중

낳지 않으려고

버둥거리는 중

잘,

태어나지 않고

계시지요?

내가 애쓰는 동안에는

어머니도 애써야 하는 중

잘 태어나기는

없는 중

통화는 계속 중

계속 통화 중

- 이영광 시집 <살 것만 같던 마음>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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