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 이영광
쉰일곱 내가 아직 인간이 못 되니
어머닌 여태 나를 낳는 중
내가 인간이라는 것이 될 철이
모자라서,
임신 중
어머닌 오래전에 할머니가 되었는데
진통 중
나도 노력 중
미니스톱 앞에서 소주 마시며 열심열심
애쓰는 중
파라솔과 함께
슈퍼문과 함께
스마트폰과 함께 계속,
어머니 배 속에서 노력 중
인간이라는 걸로 태어나려고
사실은 태어나지 않으려고
버둥거리는 중
어머니도 나도
인간이라는 게 뭔지
사실은 모르는 중
모르는 중
잘 낳고 계세요?
잘 태어나는 중이냐?
말로만 통화 중
입덧 같은 한국말이
끝나던 중
미니스톱 일인승 캡슐에서
요양병원 일인승 캡슐로,
끝나지 않는 중
어머니가 애쓰는 동안에는
나도 애써야 하는 중
통화는 먼 훗날로 먼 곳으로
이어지는 중
나도, 어딘가로 자꾸
태어나려는 당신
임신 중
낳지 않으려고
버둥거리는 중
잘,
태어나지 않고
계시지요?
내가 애쓰는 동안에는
어머니도 애써야 하는 중
잘 태어나기는
없는 중
통화는 계속 중
계속 통화 중
- 이영광 시집 <살 것만 같던 마음>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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