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자꽃 지는 저녁 / 오민석

작성자솔바람|작성시간26.06.14|조회수554 목록 댓글 0

제목: 치자꽃 지는 저녁
저자: 오민석

치자꽃이 지는구나
치자꽃이 화장지처럼 구겨지다 마침내
비 뿌리는 저녁
어디 부를 노래도 남아 있지 않은
거리에서 당신은 당신일 뿐
이제 아무도 담배를 피우지 않고
아무도 과음하지 않는다
오직 몹쓸 詩人들만 남아
통음(痛飮)의 밤을 기다리는데
어리석은 자여, 이제 환멸도 잔치가 아니다
세상은 단정한 신사들의 것
누가 함부로 울어 이파리 하나 흔들리게 하리
희망은 버림받은 배들의 안주일 뿐
그 누가 남아 비애의 항구를 노래하리
푸르른 안개의 칼이여 길 건너
실비동태집에선 죽은 바다가 끓고 있다
당신은 이미 미아이므로
아무도 당신을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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