鵬새 /

작성자빗새|작성시간26.06.14|조회수597 목록 댓글 0

鵬새

고형렬

보라, 남쪽 하늘 위 만월이 빛나는 달빛 속, 등뼈 위로 검은 날개를 삼각 형상으로 접어올리고, 머리를 가슴 밑으로 수그려뜨려 태허의 힘을 끌어모아, 금강 발톱으로 꿈을 움켜 차고 날아오르는, 광휘 속 천공의 장대한 붕새를

그 옛날 한 남자가 노래하기를,

北冥有魚 其名為鯤 鯤之大 不知其幾千里也 化而為鳥 其名為鵬 鵬 之背 不知其幾千里也怒而飛 其翼若垂天之雲…

한 무명시인이 동쪽 산속에서 달을 쳐다보며 노래하기를, 붕새가 달을 부수면 지구는 유실될 것이다 오늘 저녁까지 저 달이 작아지고 커지고 만월이 되는 것 나는 天氣의 가장 아래층 대기로 날숨과 들숨을 얻을 뿐 오직 그것이 나에게 허락된 바 그것만이 온당하다

鵬새

1. 태허에 들다

1

한 남자의 꿈은, 수묵색 北의 바다에서 南冥의 천지로 향하게 되었다
이것은, 지상의 모든 지혜를 초월하는 은유의 은유로서, 새로운 지혜를 찾게 하였으나,
그 뒤 모든 지혜의 노래는, 절대숙명이 파괴된 세상의, 길 안에 있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것은 하나의 '구멍'으로부터 비롯되었나니, 그 일곱 구멍이 착규된 후*
다만, 한 비조가 하늘로 날아올라간 비상을 상상할 뿐,

*장자 응제왕 제7'일착일규(日), 칠일이혼돈사(七日而混沌死)'

2

한 영토에 비견할, 거대한 한 마리 붕새가 날개를 퍼덕이며, 온 하늘을 가득 메우고,
천공 속으로 훨훨 날아가버린, 그 지극한 飛는, 대해의 물결이 이루는
무차별의 진공 그 외계로 향하는 것
나비록 요적한 가운데, 음양의 대변으로 한 마리 고기가 새가 되었으
이것은, 이 우주 속의 그 어떤 생명의 출생의 인연에도 없는 일,화생이라 할지라도 모체를 찢는, 아픔과 몸부림과 울음이 없을 수 없어라
어찌 母가 고기〔鰕)가 되며 새〔鵬)가 구가 되는가,
이것은 생사를 거치는 윤회가 아니므로 기이한 대변이다, 남자여

3

구멍이 뚫려 출구가 열린 순간, 신은 죽고
붕새는 바다에 비상한 울음을 터트리고 하늘로 날아올랐으며
미래로 나갈수록 인간의 기억 속에선, 그 울음소리 가장 먼, 깊고
아득한 곳으로 광속처럼 달려갈 때
한 남자, 우주와 인간 뇌와 저 북명의 남과 북 경계에서, 그 첫 비명을 듣는다 그러므로 그 괴이한 새의 울음소리는, 온 천지에 붉고 검고 희고, 푸른빛만 남기고 자취를 감추었으니, 그는 이 지상에 있지 않아라
아 영영 지워지지 않는, 희원의 꿈이며 상처여라

4

한 지평선 너머 너머까지의 가이없는 한 마리 큰새가, 다시 실상으로 나타나거나 상상하기엔
그 어떤 고난으로도 만나기는, 심히 어려운 일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칠규의 파멸을 아는 자가 없었고, 그 후 어떤 기호와 형상으로도 나타나지 않았다

5

그날 하늘을 한 자락 의상처럼 휘감고 회오리쳐, 천공의 광풍을 일으키며
붕새가 날아간 북명의 바다는, 광폭한 산도를 닫고, 영원히 본성을 잃어버렸을 것이니,
황폐한 바닷가는 한 남자의 절대절명의, 그리움의 마지막 냉절의 순간이 되어 잊을 수 없는 영원한 心傷인 채,
불타버린 우주의, 대도의 흔적으로 남아, 그곳에 버려졌다

6

그러므로 저 북명의 바다, 그 혼돈의 기억은 어느 염색체 속에 숨어 있는 것인가 그것은 왜 아직도, 꼼짝하지 않고 현현치 않는가 아니 불타버린 것인가? 아니 바다를 허공으로 감싼 궁륭, 바다가머리에 이고 있는 저 창공만이, 붕정만리의 시원을 증명하리

2. 지구의 북쪽

1

태허에 한 도가 있었고, 태허의 북명에 곤이란 한 어린 물고기가 살고 있었다
그 곤이 대곤이 되어, 어찌 그 북명의 바다를 뚫고 나와, 붕새가 되어 태공을 날아올랐겠는가

2

처음 보는 형상, 처음 보는 얼굴, 처음 듣는 날갯소리, 울음소리 어느 현재의 '나'도 볼 수 없는, 수백만 년이 흘러 지나간 어느 날이었을 것, 쾌청한 하루 낮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3

태허부터 모든 색을 담아온 고고한 수묵빛 바다의 온화한 수평선파르르, 어떤 시야가 가닿는 잔물결의 파랑이, 북명의 바다 한가운데로 찾아왔듯
알길 없는 대자연의 분노가 펼쳐지듯, 다른 새벽의 시간을 침략하듯
한 자연은 다른 한 자연의 대변에 의해 색다른 자연으로 태어나기 시작했다

4

예정된 시각에, 거대한 고기 형상의 한 신체가, 처음 이 북명의 해상을 솟구쳐오를 것이니, 그 형상을 감히 상상할 수 있으리
하지만 또, 새의 영혼과 인간의 영혼을 함께 잉태한, 옛 바다의 역사를 감히 누가 노래할 수 있으리
알 길 없는 물의 유전의 언어로만 떠돌 뿐, 實과 眞의 비의는 전수되지 않는 것,
진인의 노래는 저 대창공에서, 날개 퍼덕일 것인가, 승천입지한 겨울산처럼 고독한 남자여

5

다시 그 익숙한 과육의 대륙풍이 불어오는 수만 년이 지난 어느 유월, 어느 날 꿈속에서 그 일대 광경을, 처절하게 바라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보라, 그 옛날, 대붕새가 떠나던 황량한 바닷가엔, 아무도 없었고
아득한 하늘의 절벽길로 태양 빛이 내려오다, 다시 자신의 몸으로 되돌아가 빛 속에
자신의 눈을 감추고, 그곳에서 영원히 불타버렸는가

6

사위가 캄캄한, 반사광의 은은함으로, 하늘의 빛이 으슬트리며 고치처럼 몸을 감을 때
한미지적 존재의 탄생을 기다리며, 침묵한 채 하늘에 걸려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흘러간 억년의 세월이 하늘에 빗살무늬햇살로 걸려 있는 것 같았고
체가, 허공에서 흔들흔들 흔들리며, 티끌을 날리는 바람 같았다

7

북명의 바다는, 물 분자 하나하나 안에서 들끓기 시작해, 하나의 성운의 띠를 이루기 시작했다
기억하지 못하는 물질계, 그 까마득한 천공에, 어느 북명의 바다가 대체 있었단 말인가
내가 아닌 나는 대체 또 어디서, 으스러져 스러지는 자신의 육체를, 두 눈알로 바라보게 되었으며

8

천지의 비밀을 알 길 없는 치어는, 수많은 이 지구의 주야의 순환을, 알리 없고
이 지구가 또, 자신의 모태란 걸 알리 없다
저 숭한, 송곳 같은 한 구멍이 꼭 있을 건 없는, 저 북명의 바다가 자신의 출생지란 걸 또 알지 못함으로 숨겨야 할, 무지의 세계 자체가 아니겠는가
찌하여, 저 바다의 구멍에서 태어나게 됐는지, 오 구멍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저 북명의 바다 어디에 물구멍이 뚫리며, 물거품이 일어났다 무사로이 꺼진단 말인가

9

아득한 세월 뒤, 혼돈의 태허가 폐쇄된, 구멍 없는 것의 구멍이 열리고 만,
저 허망한 구멍이 언제 다시 열릴지는 알 수 없는 일
오늘이 언제길래 그날이 오늘이었으랴,
바람이, 대륙의 스텝과 거대한 구릉에 도착하고, 수증기가 일어나고 해가 가리고 다시 하늘이 밝아지면, 바다가 조용한 가운데 전율하고 흔들리며, 내륙의 무성한 원시의 나무들이 무사로이 찢어지고 쓰러졌다
먼 산속 하늘에서 치던, 흰자위 속의 마른번개가 멎고

*구멍 없음은 '無窮 混沌'

10

바위의 침묵이, 청하늘의 갈증이 남자의 안색과 마음의 밑바닥처럼 적막한,
숲과 하늘에 잠시 머무르는 듯
차갑고 부드러운 바람이, 끝이 없는 지구의 남방 숲을 빠져나간 뒤, 이슬의 선들거림으로 남아
대체 이 북명의 바다에,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려 하는 것인가, 천 년씩 수천 년 묶음이, 반복하며 뒤집히며, 그들 곁을 지나 사라져갔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영원히 문을 닫았다

11

하나의 그릇 같은 캄캄한 우주의 한 대기 속, 한 남자의 비닐막 같은 뇌피질 속의 검은 흙의 숲속과 이어진,
그곳에서, 천공을 아수라장으로 뒤덮은, 빗방울의 언어들이 고꾸라지듯, 무한 수직으로 달려 내려왔다.
그리고 그것들은, 남자의 뇌 속에, 그의 모든 세포마다에, 한없이 부드러운 금강의 유전 인자로 박혔다
알알이, 마치 그의 은빛 치아가 밀고 나오듯, 허무 속으로 꽃이 터지듯

12

무미건조한 세월 속에, 수많은 大小化가 지나갔으리, 하지만 아무것도 남아 있는 것은 없었다, 빈 살의 손바닥 하나만 수없이 나타났다 사라진 셈
리고, 그 모든 존재의 이름들은, 저 허공에 존재하지 않았다. 어떤 性도 命도 꼬리도
그들에게서, 언어와 기억의 물방울을 지운다면,
풀 한 포기 없는 산과 들, 황폐한 돌과 바람과 태양, 쓰레기와 침묵 그리고
생명의 기척이 없는 주야의 해변이 있을 뿐
그것이 지금은, 그대들 탯줄의 물결인 양, 철썩인다

3. 회귀의 소리

1

모든 것은 제자리에 떨어져, 만다라의 씨를 남기고 사라져갔다. 그때부터
자고로, 그리고, 더 아득한 시간의 무한대로 이어진 태허의 上古가저 수억만의 허공의 궤도를 따라, 무궁히 사라지고 밝아지고 스러지고 어두워졌다
기이한 씨들은, 어딘가에 가서 첩첩이 싸여, 단단한 속을 형성하고 속에 자기 형상을 숨겨두었다
화강암의 무늬 같은, 나이테 속의 시간처럼, 개구리 울음소리처럼, 새털구름의 무늬 같은, 마음과 천공 속의 바람결 같은 씨들,

2

그 세월과 파편을 계산할 수학자는 이 지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그 수와 함께, 저 우주 속으로 사라질 것이 분명하기에 오직 황폐된 북명의 바다와 하늘 산, 그 沿의 해안만이 알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 영봉들이 사처로 뻗어간 능선들만, 그 선사와 未生前史를 알고 있을까 우주만이 그 자신의 시간을 축적할 뿐이다

3

바닷가에 버려진 지 오래인, 불타버린 돌들만이, 그날의 怪의 비상을 안고 있다
인간이 없는, 캄캄한 불명의 태초가 열리던, 북명의 신성한 바닷가의 무정처럼
오직 말이 없는, 동녘을 향한 대륙의 산봉우리들, 검고 붉은 연봉들과 바위들
모든 생명들이 돌아오고 있는, 겁의 시간 저 너머의 미래 속에선, 검은 태허의
시간이 붉게 푸르게 피어나고 있었으니


4

이미 미래가 과거가 되어 다른 미래로 사라져가고 있었고,
아무도 모르게 다시 한번, 과거가 미래가 되어 질주해오고 있었다다만, 먼 수평선 너머 태산 같은 파도와 바람, 그리고 먼 산맥에 어둠의 폭우가 쏟아질 뿐
우리는 이미 다 지나간 생을 기억하는 존재들, 기억의 암흑, 전생의복습, 한번도 산 적 없는 유기체들
하늘을 찢어발기는 혹한의 세월만, 무진장 무진장 흘러가고, 흘러왔을 것이다

5

흙과 암석이, 얼어 터져 부스러기가 되었고, 그 사이에서
태허의 이끼 같은 녹색꿈의 언어들이, 왔다 갔다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아니 다시 돌아올 도가 없었을 것이다 두절의 세월이 흘렀다

━ 격월간 「유심」 2009년 1~2월호

▶ 고형렬(1954~ )
전남 해남에서 출생. 1979년 <현대문학>에 <장자> 등이 추천되어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대청봉 수박밭」 외 다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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