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펭귄 / 강연호
평소에도 그는 뒤뚱거렸다
구부정한 어깨 위로는
목도 머리도 보이지 않았다
정강이를 걷어차는 얼음장이
거리마다 둥둥 떠다녔다
남극의 펭귄인들 왜 안 미끄러웠겠나
언제나 웅크리고 늘 수그렸던
그는 일기 속에서 겨우 발견되었다
눈 폭풍 심한 새벽이 지나고 있다
아무도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
서로의 날갯죽지에 얼굴을 묻자던
대오는 결국 무너지고
연대는 흩어진 지 오래였다
생의 도약과 추락은 관점의 차이다
잠깐은 누구나 비상을 맛본다
그는 끝까지 미끄러지지 말자다가
가장 먼저 미끄러진 펭귄이었을까
퍼스트는 스스로의 선택이었을까
세상의 모든 결행은 결과로만 단호하다
난간을 넘으면서도 머뭇거렸을
단 한번도 착지를 연습해 보지 않은 발걸음을
누가 기억하랴
평소에도 그는 펭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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