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펭귄 / 강연호​

작성자강건너그집|작성시간26.06.15|조회수658 목록 댓글 0

퍼스트 펭귄 / 강연호​

평소에도 그는 뒤뚱거렸다

구부정한 어깨 위로는

목도 머리도 보이지 않았다

정강이를 걷어차는 얼음장이

거리마다 둥둥 떠다녔다

남극의 펭귄인들 왜 안 미끄러웠겠나

언제나 웅크리고 늘 수그렸던

그는 일기 속에서 겨우 발견되었다

눈 폭풍 심한 새벽이 지나고 있다

아무도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

서로의 날갯죽지에 얼굴을 묻자던

대오는 결국 무너지고

연대는 흩어진 지 오래였다

생의 도약과 추락은 관점의 차이다

잠깐은 누구나 비상을 맛본다

그는 끝까지 미끄러지지 말자다가

가장 먼저 미끄러진 펭귄이었을까

퍼스트는 스스로의 선택이었을까

세상의 모든 결행은 결과로만 단호하다

난간을 넘으면서도 머뭇거렸을

단 한번도 착지를 연습해 보지 않은 발걸음을

누가 기억하랴

평소에도 그는 펭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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