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에서 사월까지 / 천양희
잃어버린 것 잊지 않겠다고 말하려다
억울을 안고 떠난 사람도 있다고 말하고 말았다
이곳에는 굵은 밤이슬이 내린다고 말하려다
삶을 쓰면서 세상에 진 빚을 갚는다고 말하고 말았다
세상이 얼마간 바뀌기를 바란다고 말하려다
술잔 속에 시절을 올려놓고
기우는 해를 붙잡아보겠다고 말하고 말았다
나의 시간에 스코올 같은 슬픔이 있다*고
어느 시인처럼 말하려다
숲도 알고 보면
산 세월이 무거워 울창해진다고 말하고 말았다
이렇게 말하려다 저렇게 말하고 나니
뒤란의 목련이
웃음처럼 하얗게 피어났다
* 박인환 <거리>
- 천양희 시집 <몇차례 바람 속에서도 우리는 무사하였다>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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