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에서 사월까지 / 천양희

작성자섬초롱|작성시간26.06.15|조회수687 목록 댓글 0

일월에서 사월까지 / 천양희

잃어버린 것 잊지 않겠다고 말하려다

억울을 안고 떠난 사람도 있다고 말하고 말았다

이곳에는 굵은 밤이슬이 내린다고 말하려다

삶을 쓰면서 세상에 진 빚을 갚는다고 말하고 말았다

세상이 얼마간 바뀌기를 바란다고 말하려다

술잔 속에 시절을 올려놓고

기우는 해를 붙잡아보겠다고 말하고 말았다

나의 시간에 스코올 같은 슬픔이 있다*고

어느 시인처럼 말하려다

숲도 알고 보면

산 세월이 무거워 울창해진다고 말하고 말았다

이렇게 말하려다 저렇게 말하고 나니

뒤란의 목련이

웃음처럼 하얗게 피어났다

* 박인환 <거리>

- 천양희 시집 <몇차례 바람 속에서도 우리는 무사하였다> 2024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신고 센터로 신고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