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의 끝 / 천양희
- 이성복 <그 여름의 끝>을 읽고
눈 속에서도 매화나무는
몇 구절 꽃줄기를 지켰습니다
서너차례 폭설에도 한번의 강풍에도
꺾이지 않고 눈보다 더 환했습니다
이 세상 무엇이
저렇게 눈부실까요
폭설의 한가운데 서서
매화를 보는 나의 눈빛이
오늘이 끝날인 것처럼 간절하였습니다
한그루 고결을 지키듯
매화나무 질긴 꽃들이
서너평 좁은 마음을 흰 자락으로 덮었을 때
기적처럼 나의 맹목은
끝이났습니다
- 천양희 시집 <몇차례 바람 속에서도 우리는 무사하였다>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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