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 정영효
단순함이 까다롭고 복잡함이 귀찮을 때 나는 자주 보통으로 향한다
이상과 이하의 중간이라지만 반대쪽이 없는
보통에서 우리의 사이는 좋아지고 핑계가 적당해질 수 있어
날씨에 대해 노래에 대해 혁명에 대해, 그냥
보통이라고 줄여버리면 희미해지는 윤곽들
분명한 것 빼고는 모두 들어차는 정황들
판단은 언제나 엄한 기준이 문제라서
내가 꺼내는 보통은 의도가 모자라고
쉽게 이유를 들키기 싫은 경우에 치우친다
피하기 위한 취향이라고 정리하면 쉬울까
사람이나 사건 또는 거기서 불어나는 충동과 같은
급한 입장들을 보통에 놓아도 편해지는 건
매번 똑같은 기대에서 일어나는 불평에 익숙하기 때문일까
그래서 줄곧 내가 가꿔온 타협을 지킨 채
아침을 읊어보다가 오늘의 운세를 풀어보다가
문득 닥치는 기분 따위들을 보통이라는 답으로 기념해왔다
그것은 도무지 모르겠다는 식의 불통보다
해결을 미룬 미심쩍은 보통
포기의 다른 기술이면서 간단하게 어루만지는 결론이
보통 아닌 것과 보통이 나눠가진 차이인지
구분 짓고 반응해야 할 형편을 다룰 때마다
내 고집에는 어렴풋한 확신이 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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