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 / 문성해

작성자섬초롱|작성시간26.06.17|조회수632 목록 댓글 0

급전 / 문성해

 

- 죽은 시인을 문상하러 가는 길에 전당포를 만나

그 앞에서 서성거렸을 가난한 시인의 저녁을 떠올리다

 

전당포를 보면

무언가 맡기고 싶어진다

 

금니 때운 것부터

지갑, 만년필까지

돈 되는 건 다 맡겨놓고

야금야금 수혈받듯

돈을 가져다 쓰고 싶다

 

그곳의 늙수그레한 주인은

내 가진 것 중

나도 모르는 보물을 찾아내어

급전을 해줄 것만 같다

 

내 밟고 다닌 길 중

가장 닳고 닳은 길은

집에서 전당포 가는 길

 

어느 날 나는

그에게 헌신짝처럼 버려져도 좋을 것 같다

 

그리하여 이다음 생은

내 맡긴 것들을

하나하나 찾아오는 일에 바쳐져도 좋을 것 같다

 

전당포를 보면

무언가를 찾고 싶어진다

 

- 문성해 시집 <밥이나 한번 먹자고 할 때>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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