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전당포 / 최정란
그 골목에서 맡길 것이라고는 청춘뿐이다
불타는 말고삐가 손바닥 깊이 파고든다
유리가 달린 널빤지 문을 힘주어 열고
미쳐 날뛰는 뜨거운 말고삐를 건네준다
아마도 길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형편은 곧 풀릴 것이고 남은 시간은 많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돌려받을 것이다
손바닥으로 길게 말갈기를 쓸어주고
거칠어지는 심장박동을 진정시킨다
손바닥만한 창구멍으로 지폐 몇 장 받아 쥐고
뒤돌아보지 않고 가장 멀리까지 걸어간다
청춘을 믿고 맡길 곳은 가파른 골목뿐이다
- 최정란 시집 <입술거울>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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