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전당포 / 최정란

작성자섬초롱|작성시간26.06.18|조회수808 목록 댓글 0

청춘전당포 / 최정란

그 골목에서 맡길 것이라고는 청춘뿐이다

불타는 말고삐가 손바닥 깊이 파고든다

유리가 달린 널빤지 문을 힘주어 열고

미쳐 날뛰는 뜨거운 말고삐를 건네준다

아마도 길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형편은 곧 풀릴 것이고 남은 시간은 많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돌려받을 것이다

손바닥으로 길게 말갈기를 쓸어주고

거칠어지는 심장박동을 진정시킨다

손바닥만한 창구멍으로 지폐 몇 장 받아 쥐고

뒤돌아보지 않고 가장 멀리까지 걸어간다

청춘을 믿고 맡길 곳은 가파른 골목뿐이다

- 최정란 시집 <입술거울>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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