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레옥잠 / 신미나
몸때가 오면 열 손톱마다 비린 낮달이 선명했다
물가를 찾는 것은 내 오랜 지병이라, 꿈속에서도 너를
탐하여 물 위에 空房 하나 부풀렸으니 알을 슬어 몸엣것
비우고 나면 귓불에 실바람 스쳐도 잔뿌리솜털 뻗는거라
가만 숨 고르면 몸물 오르는 소리 한 시절 너의 몸에
신전을 들였으니
참 오랜만에 당신
오실 적에는 불 밝은 들창 열어두고 부러 오래 살을
씻겠네 문 밖에서 이름 불러도 바로 꽃잎 벙글지 않으매
다가오는 걸음소리에 귀를 적셔가매 당신 정수리 위에
뒷물하는 소리로나 참방이는 뭇 별들 다 품고서야
저 달의 맨낯을 보겠네
* 200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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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대륙의 열대지방이 원산인 다년생 관상식물인
부레옥잠은 잎줄기에 공기주머니가 달려 있어 물위에
떠서 살아간다. 부레옥잠의 수염같이 생긴 잔뿌리들은
물을 썩게 하는 질소와 인을 빨아들이기 때문에 살아있는
수질정화 장치라고 불린다.
이뿐 아니라 어린 물고기나 새우의 좋은 서식지 역할을 한다.
다 자란 부레옥잠에는 물에서 얻은 질소와 인, 그리고
칼로리가 풍부하여 거둬서 퇴비로 만들면 좋은 천연비료가
되기도 한다. 반면에 물에서 썩으면 고스란히 수질 오염원이
된다. 부레옥잠은 세계 10대 문제 잡초의 하나로 분류되고
있으며, 외국에서는 관개수로의 물 흐름을 막거나 배의
운항에 지장을 주기도 하며, 강어귀에 지나치게 무성하게
자라 물고기의 산란이나 산소공급을 방해하고 수력발전에도
지장을 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번식이 강해 내버려두면
온 수면을 덮어 태양광을 차단, 다른 수중 식물이나
고기들이 살지 못한다.
연못의 부평초 부레옥잠은 물길이나 바람을 따라 먼 곳으로
떠다니며 영양번식을 되풀이하여 널리 분포한다.
부레옥잠은 특별한 경우에만 종자번식을 하는데, 수위가
떨어져 흙이 드러나기 쉬운 곳이나 물깊이가 얕은 장소
또는 식물체가 부패 퇴적된 곳, 즉 위기의식을 느낄 때만
종자번식을 한다. 그리고 수온이 높아야 잘 자라고 영하로
내려가면 얼어 죽으므로 우리나라에서는 다년생 식물인
부레옥잠이 거의 일 년 밖에 살지 못한다.
신미나의 ‘부레옥잠’은 작은 사물을 섬세하게 들여다보고
묘사하여 서정성의 깊은 완성을 획득한 시이다.
미세한 현상을 놓치지 않는 감각적인 눈이 돋보이고, 그것을
깊이 있는 삶의 철학으로 이끌어 가는 힘이 느껴진다.
‘몸때가 오면 열 손톱마다 비린 낮달이 선명했다’라든가
‘가만 숨 고르면 몸물 오르는 소리 한 시절 너의 몸에
신전을 들였으니’ 등은 김선우와 허수경을 버무려 놓은
듯한 분위기가 느껴지지만, 생명에 대한 여성적 상상력으로
넘치는 매력적인 표현이라 아니할 수 없다.
신춘문예 당선작 치고는 비교적 짧은 이 시가 심사자들에게
선택된 이유는 개성이란 측면에서 약간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그걸 상쇄하고도 남을 서정적 진정성과
언어적 숙련도가 그만큼 탁월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 권순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