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에 기대어 - 나희덕

작성자파랑새|작성시간26.06.18|조회수986 목록 댓글 0

소리에 기대어 - 나희덕  

 

 

 

가로수 그늘에 몸을 기대고 앉아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별 몇 개가 떨어졌는지 

잡풀 뒤에 숨어서 누가 울고 있다. 

쓰르라민가, 풀무친가, 아니면 별빛인가 

누구인들 어떠랴 

머리를 가득 채우는 저 소리, 

충만을 이내 견디지 못하는 나는 

다시 하늘을 본다. 

눈멀어지니 귀도 멀어졌다. 

그러나 소리 희미해질수록 

마음은 가까워졌다. 

소리는 풀잎 뒤에서가 아니라 

내 마음은 갈피에서 나는 것 같다. 

소리 내는 그것을 만져보려고 

풀잎을 쓰다듬으니 소리는 온데간데없다. 

가까이 있지만 만질 수 없는 것들이여 

내 안에 있지만 또한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들이여 

나는 해진 옷 끌고 와 여기서 울고 

나는 그 옷자락이나 만지다 돌아갈 뿐 

사라진 그 소리에 

잠시 기대어 앉아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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