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 / 이홍섭

작성자강건너그집|작성시간26.06.19|조회수778 목록 댓글 0

마라도 / 이홍섭

막배는 떠나고

더 이상 돌아갈 곳이 없다

태어나 처음으로

빗물에 삶은 라면을 먹으니

지나간 날들이

다 백척간두와 같다

한 발을 더 내디디면 바다였을,

이곳에서는 스님도

고기를 잡고

전복을 딴다, 머리를 깎아본들

이 망망대해에서

무엇을 구할 수 있으랴

이곳에서 모든 배는 막배다

다시 막배가 온들

어디로 갈 수 있을까

빗물에 삶은 라면을 꾸역꾸역 넘기며

무심히 바라보는 바다

막배 한 척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마라도를 떠나고 있다

- 이홍섭 시집 <숨결>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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