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 곡비 / 조동례
정동진 바닷가도 걸어보고
해남 땅끝도 걸어보았으나
여전히 길 끝을 알 수 없어
최남단 마라도에 왔다
둥근 섬에 나를 가두고
삶도 잊고
죽음도 잊고
난간 따라 도는데
뜻밖에도 몸이 좋아라 한다
바다와 벼랑은 한 발 차이
삶과 죽음도 한 발 차이
별것 아니라는 듯
비 바람 안개는
길 없는 길을 거침없이 관통하는데
물러설 곳 없는 등대여
오늘은 갈 곳 없는 나 대신
마음 놓고 울어라
- 조동례 시집 <달을 가리키던 손가락>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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