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 곡비 / 조동례

작성자강건너그집|작성시간26.06.19|조회수784 목록 댓글 0

마라도 곡비 / 조동례

정동진 바닷가도 걸어보고

해남 땅끝도 걸어보았으나

여전히 길 끝을 알 수 없어

최남단 마라도에 왔다

둥근 섬에 나를 가두고

삶도 잊고

죽음도 잊고

난간 따라 도는데

뜻밖에도 몸이 좋아라 한다

바다와 벼랑은 한 발 차이

삶과 죽음도 한 발 차이

별것 아니라는 듯

비 바람 안개는

길 없는 길을 거침없이 관통하는데

물러설 곳 없는 등대여

오늘은 갈 곳 없는 나 대신

마음 놓고 울어라

- 조동례 시집 <달을 가리키던 손가락>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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