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누님 / 김사인

작성자섬초롱|작성시간26.06.19|조회수816 목록 댓글 0

고향의 누님 / 김사인

한 주먹 재처럼 사그라져

먼 데 보고 있으면

누님, 무엇이 보이는가요

아무도 없는데요

달려나가 사방으로 소리쳐봐도

사금파리 끝에 하얗게 까무라치는 늦가을 햇살뿐

주인 잃은 빈 지게만 마당 끝에 모로 자빠졌는데요

아아 시렁에 얹힌 메주덩이처럼

올망졸망 아이들은 친하게 자라

삐져나온 종아리 맨살이 찬 바람에

차라리 눈부신데요

현기증처럼 세상 노랗게 흔들리고

흔들리는 세상을 손톱이 자빠지게 할퀴어 잡고 버텨와

한 소리 비명으로 마루 끝에 주저앉은

누님

늦가을 스산한 해거름이네요

죽은 사람도 산 사람도 떠나 소식 없고

부뚜막엔 엎어진 빈 밥주발

헐어진 토담 위로는

오갈든 가난의 호박넌출만 말라붙어 있는데요

삽짝 너머 저 빈 들끝으로

누님

무엇이 참말 오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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