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쳐가는 노래 / 전은영

작성자솔바람|작성시간26.06.19|조회수958 목록 댓글 0

훔쳐가는 노래 / 전은영

 

지금 주머니에 있는 다 줘 그러면

사랑해주지, 가난한 아가씨야

 

심장의 모래 속으로

푹푹 빠지는 너의 발을 꺼내주지

맙소사, 이토록 작은 두 발

고요한 물의 투명한 구두 위에 가만히 올려주지

 

네 주머니에 있는 걸, 그 자줏빛 녹색주머니를 다 줘

널 사랑해주지 그러면

 

우리는 봄의 능란한 손가락에

흰 몸을 떨고 있는 한 그루 자두나무 같네

 

우리는 둘이서 밤새 만든

좁은 장소를 치우고

사랑의 기계를 지치도록 돌리고

급료를 전부 두 손의 슬픔으로 받은 여자 가정부처럼

 

지금 주머니에 있는 걸 다 줘 그러면

사랑해주지, 나의 가난한 처녀야

 

절망이 쓰레기를 쓸고 가는 강물처럼

너와 나, 쓰러진 몇몇을 데려갈 테지

도박판의 푼돈초처럼 사라질 테지

 

절망이 쓰레기를 쓸고 가는 강물처럼

너와 나, 쓰러진 몇몇을 데려갈 테지

도박판의 푼돈처럼 사라질 테지

 

네 주머니에 있는 다 줘, 그러면

고객 숙이고 새해 첫 장례행렬을 따라가는 여인들의

경건하게 긴 목덜미에 내리는

 

눈의 흰 입술들처럼

그때 우리는 살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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