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를 지우지 못한다 - 정원도

작성자솔바람|작성시간26.06.19|조회수971 목록 댓글 0

나는 그를 지우지 못한다 - 정원도

 

 

딱 일 년만 일 더 하고 접는다더니
갑작스레 연락 불통
쉬쉬하던 사이 증발해버린 그였다

 

아직도 연락처를 뒤적이다 보면
스쳐 지나는 옛 웃음은 그대로인데
나는 그를 계속 지우지 못한다
우리가 곧죽이 되어 함께 건너다보던
해거름 노을 건너 사라진 지도 오래

 

명절 직전 고향 갈 채비로 들떠 있던 날
사인은 사소한 콘베어 보수 중의 낙상
일 년 전 내가 낙상당한 바로 옆자리

 

내 드러운 정신이 혼미할 때
구급차를 부르고, 실어주었던 그가
다시 실려 가서는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자리

 

예순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힘든 일도 늘 웃는 얼굴로
조금만 더 하고 집에 가야지 하더니

 

다시는 쓸모없어진 그의 연락처를
나는 끝끝내 지우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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