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손가락의 시 - 진은영

작성자솔바람|작성시간26.06.19|조회수988 목록 댓글 0

긴 손가락의 시 - 진은영

 

 

시를 쓰는 건
내 손가락을 쓰는 일이 머리를 쓰는 일보다 중요하기 때문, 내

손가락, 내 몸에서 가장 멀리 뻗어 나와 있다. 나무를 봐, 몸통에

서 가장 멀리 있는 가지처럼, 나는 모른다, 고요한 밤의 숨결,

러가는 물소리를, 불타는 다른 나무의 뜨거움을.

 

모두 다른 것을 가리킨다. 방향을 틀어 제 몸에 대는 것은 가지

가 아니다. 가장 멀리 있는 가지는 가장 여리다. 잘 부러진다. 가

지는 물을 빨아들이지도 못하고 나무를 지탱하지도 않는다. 빗방

울 떨어진다. 그러나 나는 쓴다. 내게서 제일 멀리 나와 있다. 손

가락 끝에서 시간이 잎들이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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