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집 - 노향림
사람 사는 곳에 사람이 안 와?
손님들의 우스갯소리들이
달그락거리며
빈 찻잔 위에 놓여 있다.
어딘가 사람이 있을 거야,
물 젖은 샴푸냄새 낀
체취가 떠돈다.
휴지통을 뒤지다가
겨우 잡든 우스갯소리들.
그 곁
재떨이 위에
눈감고 누운 정적(靜寂)이
영 일어날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사람밖에는 생각할 겨를이 없어,
사람 말고 또 누가 와?
성에 낀 유리창
목 부러진 형광등 불빛도 차츰
사람이 그리워지기 시작한다.
사람 살지 않는
어딘가에
흐린 나뭇잎 사이
나뭇잎 발자국 소리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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