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찻길 옆 오막살이 / 나태주
기찻길이 휘어져 돌아가는 모퉁이
안쪽 들판 위에 여전히 남아 있었다
조그만 텃밭에 김장배추도 기르고
작두샘물 가에 빨래 가지도 널리고
추녀 밑에 새로 메주도 몇 덩이 쑤어
매단 것으로 보아 아직도 사람이
살고 있는가 보았다
아직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울컥, 반가웠다
기차가 지나갈 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
기차 소리에 들썩이곤 했을
기찻길 옆 오막살이
내가 어렸을 때 저 집에도 나만큼
어린 나이의 계집애 하나 살고 있었을까
뽀오옥 휘어진 기차 소리에 나이 어린 계집애의
단발머리도 날리곤 했을까?
지금은 기찻길조차 바뀌어 기차도
다니지 않는 장항선 종착역 부근
녹슨 기찻길 옆 그 오막살이.
- 나태주 시집 <시인들 나라>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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