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찻길 옆 오막살이 / 나태주

작성자강건너그집|작성시간26.06.20|조회수454 목록 댓글 0

기찻길 옆 오막살이 / 나태주

기찻길이 휘어져 돌아가는 모퉁이

안쪽 들판 위에 여전히 남아 있었다

조그만 텃밭에 김장배추도 기르고

작두샘물 가에 빨래 가지도 널리고

추녀 밑에 새로 메주도 몇 덩이 쑤어

매단 것으로 보아 아직도 사람이

살고 있는가 보았다

아직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울컥, 반가웠다

기차가 지나갈 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

기차 소리에 들썩이곤 했을

기찻길 옆 오막살이

내가 어렸을 때 저 집에도 나만큼

어린 나이의 계집애 하나 살고 있었을까

뽀오옥 휘어진 기차 소리에 나이 어린 계집애의

단발머리도 날리곤 했을까?

지금은 기찻길조차 바뀌어 기차도

다니지 않는 장항선 종착역 부근

녹슨 기찻길 옆 그 오막살이.

- 나태주 시집 <시인들 나라>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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