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찻길 옆 오막살이 / 김진경
증기기관차 미카.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숨차다는 듯 기적을 울리며.
여기서부터 도시의 역을 향해.
속도를 늦추거나.
역으로부터 출발하여.
여기서부터 속도를 올렸다.
도둑기차를 타는 사람들.
이곳에서 뛰어내리거나.
초라한 가방을 들고 기다리다.
뛰어올라야 했다.
어느날 새벽.
기차가 지나가고.
한 사내가 남았다.
구두도 벗지 않고 발을 미나리꽝에 잠근 채.
코를 쑥덤불에 비스듬히 박고.
너무 가까이에서 작은 초록 제비꽃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것은 참으로 이상한 꽃과의 해후였다.
사내의 주위에 둘러선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지.
자신들이 달리는 기차와 정지된 땅의 속도 사이에서 죽은.
그 사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미 이전처럼 제비꽃을 만날 수 없고.
참으로 이상한 꽃과의 해후를.
견딜 수밖에 없다는 것을.
사람들.
도둑기차를 타듯이 아침마다.
멀리 하얀 도시를 향해.
뛰어오르거나.
신작로 건너.
농약공장.
3교대에 나갔다.
기차에서 뛰어내리듯.
아슬아슬하게 돌아온.
사람들은.
죽은 사내처럼 잠을 잤다.
3교대에서 돌아와.
죽은 발을 내놓고.
왠지 낯설어진 햇볕과.
제비꽃과 함께.
* 이 시에서는 같은 시집의 다른 시와 달리 모든 행에
마침표가 찍혀 있다(옮기면서).
- 김진경 시집 <별빛 속에서 잠자다> 1996
* 미카(Mikai): 미국 볼드윈 사가 제작한 증기기관차.
우리나라에서는 191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운행되었으며,
미카라는 말은 일본어의 미카도(황제)에서 따온 것임
/ 나무위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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