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거장 / 최문자 ​

작성자강건너그집|작성시간26.06.20|조회수454 목록 댓글 0

정거장 / 최문자

강 건너 저 편

내 철없는 정거장에

기차 한 대 멈춰 서 있었다.

긴 강을 건너

아무렇지도 않게 내게 도착한 기차

가슴까지 밟고 서 있다가

슬금슬금 떠나고 나니

번갯불로 바퀴를 껴안았던 레일

쓰러져 울다 지쳐 잠들었다.

들꽃 한 무더기가

피다 흔들리다 흠뻑 비를 맞는 곳

강 건너 저편

철없는 내 자리에

싹을 못 내는 검은 침목들을 눕히며

새로 레일을 놓는다.

안개 낀 가슴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들이닥칠 기차를 위하여

- 최문자 시집 <나무고아원>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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