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거장 / 최문자
강 건너 저 편
내 철없는 정거장에
기차 한 대 멈춰 서 있었다.
긴 강을 건너
아무렇지도 않게 내게 도착한 기차
가슴까지 밟고 서 있다가
슬금슬금 떠나고 나니
번갯불로 바퀴를 껴안았던 레일
쓰러져 울다 지쳐 잠들었다.
들꽃 한 무더기가
피다 흔들리다 흠뻑 비를 맞는 곳
강 건너 저편
철없는 내 자리에
싹을 못 내는 검은 침목들을 눕히며
새로 레일을 놓는다.
안개 낀 가슴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들이닥칠 기차를 위하여
- 최문자 시집 <나무고아원>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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