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 윤제림

작성자섬초롱|작성시간26.06.20|조회수464 목록 댓글 0

까마귀 / 윤제림

저놈은 비둘기처럼 징징대지 않고

까치처럼 눈치도 살피지 않고

날이 밝으면

곧장 이리로 달려온다

머리를 곧추세우고

전봇대 높이 앉아서 두 눈 부릅뜨고

단도직입, 새카만 구호를

내리꽂는다

요구가 뭘까? 무얼 내놓으라는 것도 같고

무언가 사죄하라는 것도 같은데,

여남은 식솔까지 끌고 온 걸 보니

쉬이 끝날 시위가 아니다

귀를 바짝 세우고 들어볼밖에!

언제 적 빚인지

무슨 약조를 받고 싶은지

필경 어제오늘 일은 아닐 터,

까마귀와 나의 문제만도

아니겠다

- 윤제림 시집 <스물다섯살을 반성함>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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