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에 똥을 싼 갈매기에게 / 정호승
고맙다 나도 이제 무인도가 되었구나
저무는 제주바다의 삼각파도가 되었구나
고맙다 내 죄가 나를 용서하는구나
거듭된 실패가 사랑이구나
느닷없이 내 얼굴에 똥을 갈기고
피식 웃으면서 낙조 속으로 날아가는 차귀도의 갈매기여
나도 이제 선착장 건조대에 널린 한치가 되어
더 이상 인생을 미워하며 잠들지 않으리니
나도 한번 하늘에서 똥을 누게 해다오
해지는 수평선 위를 홀로 걷게 해다오
- 정호승 시집 <포옹> 2007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