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에 똥을 싼 갈매기에게 / 정호승

작성자강건너그집|작성시간26.06.21|조회수340 목록 댓글 0

내 얼굴에 똥을 싼 갈매기에게 / 정호승

고맙다 나도 이제 무인도가 되었구나

저무는 제주바다의 삼각파도가 되었구나

고맙다 내 죄가 나를 용서하는구나

거듭된 실패가 사랑이구나

느닷없이 내 얼굴에 똥을 갈기고

피식 웃으면서 낙조 속으로 날아가는 차귀도의 갈매기여

나도 이제 선착장 건조대에 널린 한치가 되어

더 이상 인생을 미워하며 잠들지 않으리니

나도 한번 하늘에서 똥을 누게 해다오

해지는 수평선 위를 홀로 걷게 해다오

- 정호승 시집 <포옹>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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